미국에서 통장 하나, 체크카드 하나, 신용카드 하나 안 만들어고, 그 흔한 체크 수표 하나 안써보고,
돈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때문에 2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본 적없고,
소송 한번 안당하고, 미국을 좀 안다고 하면 쵸큼 웃기다.
자기 나라에서 빚 한푼 져본 적 없는 '학생'이 건너가도 천불 빚은 눈깜짝할 사이에 쌓이고 마는 그 곳이 바로 미국이다. 나는 이 나라의 택스나 뱅킹 시스템이 정말 이해가 안가서 좀 고생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언니, 동생, 프랑스친구, 세르비아 친구, 이탈리아 친구 다들 고생좀 했다.
커피만 마셨다 하면 우리는 미국 은행 성토대회를 열 정도였다. 뻥안까고...
아무튼 얘네들은 기분 나쁠정도로 교묘하다.

(미국에서 좋은 일도 많이 있었지만, 진짜 안좋은 일도 많았다.. 사실 누구든 그런 얘긴 잘 안한다.
얘기해봤자 뭐..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소송도 있고.. 근데 이건 확실히 결과가 나와서,,)

몇 주전에 현대카드에서 국제분쟁소송에서 졌다고 전화가 왔다.
2개월동안 계속 기다리기만 했는데...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에 엄마가 전화에 대고 엄마가 자꾸 뭐라뭐라 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바꿔 받았다. 사연인 즉슨.....

여름에 LA에 있을 동안 내가 헬쓰를 하겠다고 쌩쑈를 해서 사무실 근처에 있는 백화점 지하에 Bally Fitness에 갔다. 가깝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싶고, 발리 휘트니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니까.. 라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과 욕심때문에 등록을 하기로 했다. 근데 너무 비쌌다. 어차피 LA에는 두달밖에 없는데 비싼 등록비가 내기 싫었다. 그래서 내빼기 시작했고, 그렇게 흥정이 시작되었다.
"돈없어요" "학생이에요" "내일 다시올게요" "현금이 없어요" 별의 별 핑계는 다 대가면서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자 가격은 거짓말 안하고 '막' 내려갔다. (뭐 이건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가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입을 맞춘 가격이 90불이었다.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전화를 걸어 엄마를 설득하고 신용카드를 긁기로 했다. 이것 저것 다합쳐서 120불 정도에 쑈부를 볼 수 있다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왜 그걸 꼭 오늘하냐고 화를 바락바락 내면서도 허락을 해주셨다. 그래서 계약 완료. 내 여권을 복사하고, 내 명의의 신용카드를 긁고, 여기저기 싸인을 하고, 회원카드를 받고 기분좋게 "언니 빠빠이~"를 했다.
아참. 빠빠이~ 하기 전에 한 번 더 물어봤다. "그럼 나 이거 2달만 하고 딱 끝나는거지??^^"
"응 :) "

이게 화근이 되었다.
그 상것이 "앞으로 꾸준히 월 35불씩 내겠습니다~"라고 작게 아주 자악게 쓰여있는 계약서를 끼워 놓은 줄은 정말 몰랐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행위가, 신용카드 정보를 준다는 행위가 그토록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편하게 싸인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영수증과 계약서를 예쁘게 포개서 줬던 것도 이렇게 내 돈을 떼어먹으려는 수작인 줄도 정말 몰랐다.

어쨌든 나도 참 어리석디 어렸으므로 2개월 후에 LA를 떠날 때, "이제 계약끝났지~"하면서 계약서 사본과 회원카드를 싹 다 버리고 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테네시에 있을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엄마랑 통화중에 엄마한테 신용카드 결제 문자가 왔다.
"승효야 너 또 엄마 신용카드 썼니?"
"아니ㅡㅡ"
"발리 휘트니스? 너 여기 아직도 가???"
"OMFG오마이 퍼킹 갇"
8월 이후로 꾸준히 35불씩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환율도 아주 꾸준히 올라주셨고...)
그래서 기가 막혀서 발리 휘트니스로 전화를 걸었다.
할 말을 다 적어놓고 부르르르르르 떨면서 전화를 걸었는데, 너무 별것 아니란듯이
방금 취소됐다고 하는것이다. 환불은 안된다고 하고..

그리고 그 다음 달...
그 새끼들은 또 35불 결제를 했다. 정말 이번에는 완전 파르르르를르 떨면서 전화를 걸었는데
이것들이 내가 돈이야기를 하니까 전화를 7번이나 돌려버리는 거 아닌가.
7번이나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제대로 취소하려면 회사로 전화를 걸어야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신용카드는 부모님이 정지시켜버렸다. 안그러면 계속 결제해버리니까...
LA에 있었으면 바로 소액법정 소송을 걸었을텐데, 그럴 수도 없고..
탓할 곳이 없는 우리는 현대카드에다가 탓을 돌렸다.
이래서야 해외에서 신용카드 쓸 수나 있겠냐고.... 무서워서 말이야...
그래서 현대카드는 나를 대신해서 국제 분쟁소송을 걸었고, 나는 멋지게 패했다...
소송은 증거 100퍼센트.
나는 앞으로 35불씩 내겠다는 계약서에 싸인했으므로 그 쪽에서 무슨 구라를 쳤든 나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해가 안갔다.
내가 그런 계약서에 싸인한 기억이 없으므로... 그래서 계약서 사본을 보내달라고 했다.
받고나서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무슨 이면계약서도 아니고.. 한장은 앞으로 한달간만 사용하겠다는 계약서고 나머지 한장은 앞으로 꾸준히 35불씩 내겠다는 계약서였다......
그리고 그 상것은 2개월 후면 자동종료되니까 그만 나와도 된다고 구라를 쳤다...
내가 아무리 영어가 짧고 짧아도 2번이나 잘못 들을 정도는 아니다.

아놔,, 이거 명백히 화이트 칼라 크라임임다..
싸잡아 욕할 수는 없지만 진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쨌든 여러분도 미국가면 조심하시라고....
계약서 작성할 때는 반드시
1. 계약기간
2.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드는 비용
3. 계약을 불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4. 반드시 문서화할 것
5. 문서화된 계약서 버리지 말 것

사탕발림 같은 말에 절대 넘어가면 안된다ㅠ
"깎아주세요~"라는 말은 한국 동대문시장에서나 통한다는 말도 진짜 거짓말이다.
미국에서도 정말 많은 것이 바겐 가능하다.
심지어는 연체료, 은행 수수료, 대기업이라도 가입비같은 것도 바겐이 가능하다.
정말 하나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을 때리고
또 싹싹 빌면 깎아주는 그런 시스템이다..
나는 한국에 와버려서 괜찮지만, 순진한 언니와 동생은 아마 아직도 엄마몰래 돌려막는 생활을 하고 있을것이다..


문제의 계약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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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계약서 2 -내가 싸인한 바로 위에 35불씩 매달 내겠다고 써져있다..
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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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 2009/04/01 11: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GG